일본은 돈코츠 라멘, 한국엔 돼지국밥!
이전에 마곡 계단라멘을 먹고 나서 돈코츠 라멘에 대한 글을 올렸었는데, 오늘은 돼지국밥에 대해서 몇 자 적어보고자 합니다. 한국에서 돼지 뼈로 우린 육수가 일반적이라고 생각은 안 해봤는데, 돼지국밥의 유래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먼저 한국의 오래된 국밥, 설렁탕에서 변형된 것이 돼지국밥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설렁탕은 아무래도 소 뼈를 우린 국물인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소 뼈로 우릴 수 없게 되자 돼지 뼈로 설렁탕 같이 국물을 내기 시작한 게 시초라는 설입니다. 소 뼈, 소고기를 활용하여 만들던 음식을 돼지 뼈, 돼지고기로 대체하여 만들어내면서 탄생한 음식이 돼지국밥이라는 것입니다. 한국전쟁 때 피란을 오면서, 돼지 뼈를 우리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는, 부산, 밀양 등의 대한민국 남쪽에서 유명한 음식이다보니 돼지 뼈로 육수를 내던 일본의 식문화 영향을 받은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돼지고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음식 역사가 길지는 않아 보입니다. 한국의 된장찌개, 된장국을 예시로 들어보면 전부 소고기, 해산물로 육수를 우려내곤 합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처음 돈지루(豚汁)를 먹었을 때는 약간 놀랐습니다. 돈지루는 돼지고기와 일본 된장 미소를 넣고 만드는 된장국입니다. 유명했던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에서도 돈지루를 만다는 모습이 드라마에 잘 나오곤 했었습니다. 이렇게 국물 음식 등 여러 음식에 돼지고기를 활용하던 일본의 영향이 있었다는 설입니다.
부산식 돼지국밥과 밀양식 돼지국밥
경상도를 대표하는 국밥 중 하나인 돼지국밥. 부산, 밀양, 울산, 대구 등의 지역에 가면 많이 보이고, 꼭 먹고 와야하는 국밥이 돼지국밥이라고들 합니다. 여기서 돼지국밥은 크게 두 가지 스타일이 있다고 합니다.
부산식 돼지국밥은 맑은 국물을 자랑하는 돼지국밥입니다. 마치 맑은 나주식 곰탕을 연상토록 하는 국물입니다. 반면, 밀양식 돼지국밥은 뽀얀 국물을 즐길 수 있는 돼지국밥입니다. 이전에 홍대에서 자주 가던 돼지국밥집이 있었는데, 항상 뽀얗고 진한 국물을 즐겼던 기억을 보면 그곳은 어쩌면 밀양식 돼지국밥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 경상도 사투리로 정구지라고 하는 부추를 곁들여 먹고, 새우젓이나 마늘, 다진 양념 등을 곁들여서 먹는데 아무래도 가게마다 사람의 취향마다 먹는 방법은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상 합천돼지국밥 본점
김해공항에서 지하철로 몇 정거장 가면, 사상역에 도착합니다. 부산 사상역에는 부산 3대 국밥이라고들 부르는 합천돼지국밥의 본점이 있습니다. 평일 점심 시간에 갔는데, 가게의 규모와 압도적인 국밥 메뉴를 보면서 원조 맛집의 냄새를 물씬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조금 지나니 밖에 줄 서는 사람들까지 생길 정도로, 부산에 오자마자 첫 점심으로 누군가 바로 고를 정도로, 유명한 맛집이었습니다.
돼지국밥 하나를 주문 했는데, 뚝배기에 숟가락이 푹 꽂혀서 나왔습니다. 숟가락에는 마늘, 다진 양념이 들어가 있고 그 수저로 휘휘 저으면 약간 벌게지면서 국밥이 완성됩니다. 국밥은 맑은 국물에 돼지고기가 가득 들어가 있습니다. 고기국밥을 시켰는데, 메뉴를 보니 내장국밥도 있어서 내장도 같이 즐기시고 싶으신 분은 내장국밥을 드시는 것도 좋아 보입니다.
국물은 마늘맛이 좀 강하게 나는 국물이 되었는데, 덕분인지 돼지 냄새는 나지 않고 슴슴한 국물인데도 계속 먹게 되는 국물이었습니다. 점원분이 간은 먹어보고 하라고 얘기해 주셔서 그냥 한술 떠봤는데, 이미 간이 어느 정도 되어있어서 그대로 먹어도 좋아 보였습니다. 저는 혹시 더 감칠맛이 올라올까 하여, 새우젓을 넣어서 먹어봤는데 밥이랑 먹기 좋았습니다. 같이 곁들여먹는 김치도 아삭하니 맛있었고, 부추도 당연히 함께 즐겼습니다.
다음에 간다면
내장국밥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고기국밥도 충분히 맛있었는데, 이 국물로 내장도 즐겨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주문할 때, 그냥 주문하면 밥이 말아져서 국밥 형태로 나오기 때문에 밥을 따로 받고 싶으시다면 따로 달라고 요청해야합니다요청해야 합니다.저는 국밥은 항상 되도록이면 따로 받아서 국물 맛, 고기 맛을 즐기다가 중간에 밥을 말아 먹는 스타일을 선호합니다. 밥 말기 전 국물, 말고나서의 국물, 다대기를 풀었을 때의 국물을 다 즐기고 싶어서 말입니다. 다음에도 꼭 부산에 간다면 가고싶습니다가고 싶습니다.